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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케이스 진행중 가장 두려운 일은 이민국의 연락두절

Smart Immigration USA 2022. 12. 14. 03:55

 

추가서류요청 (RFE)이 와도 좋다. 철저하게 준비하고 답해서 승인받으면 된다. 가끔이긴 해도 거절예고서 (Intent to Deny)가 와도 겁나지 않았다. 거절사유를 극복 (Overcome)할 수 있는 서류와 설명으로 이민관을 설득하면 된다. 그런데 가장 두려운 일은 바로 이민국이 연락두절 될 때이다. 아무리 연락을 해도 항상 같은 답만 돌아온다. 심지어 이민국 사이트 Case Status Search (Cris)에 떠있는 가장 두려운 문장은 바로 이거다. "We cannot provide any information for this case at this time." 뒤에 무슨 꿍꿍이가 있을 것같은 느낌이 드는 문장이다. 20년 넘게 이민일을 해왔지만 이런 case status는 처음 본다.

 

분명히 접수를 했고, 접수증도 받아서 잘 보관하고 있고, 그나마 동반가족은 케이스 접수됐다고 기록돼있는데 정작 주신청자 (Principal Applicant) 본인의 케이스에 대해서는 이렇듯 내용을 파악할 수 없는 희한한 문장이 쓰여있고, 일년 이년이 지나도 업데이트가 전혀 안되는 경우. 해볼 수 있는 액션은 다 취해봤지만 여전히 이민국 사이트의 Case Status Search는 꼼짝하지 않았다. 아무런 업데이트도 없었다.

 

이보다 더한 무기력함이 있을 순 없다. 이런 상황에 맞닥뜨릴 때마다 드는 생각은 언제까지 이민업무를 해야하는가? 당장 그만두고싶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드는 순간이다. 2001년 4월 30일 대대적인 245 (i) 사면안이 시행되는 즈음에 이민일을 시작했으니 어언 21년째다. 여전히 케이스를 진행하면서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이 너무 많다. 그래도 대부분의 케이스는 아무런 잡음없이 순탄하게 승인되는 결과가 전해져오기 때문에 그동안 버텨왔는지도 모르겠다. 승인되었을 때 손님들한테  먼저 승인소식을 전달하며 함께 기쁨을 나누는 그 행복감 때문에 그동안의 괴로움과 갈등을 하나씩 지워가며 지금껏 이 일을 하고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당연히 할 수 있는 방법은 모두 동원해 케이스 진행을 요청했고, 신청인 본인도 힘닿는대로 모든걸 다 해봤다. e-Request, Ask Emma, 이민국 민원실 전화통화, USCIS Tier2 통화, Ombudsman; 신청인은 심지어 지역 상원의원실에 도움요청을 시도해보기까지 했다. 결과적으로 어떠한 도움도 받을 수는 없었지만.

 

캘리포니아의 한 조그만 교회에서 진행한 일반취업이민 케이스. 처음엔 모든게 순조롭게 진행됐다. 노동청허가 (Labor Certification; PERM)부터 I-140 급행신청 승인까지. 그런데 I-485 수속에서 제동이 걸렸다. 이유를 알 수도 없었고, 알려주지도 않았다. 그렇게 3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는 느닷없는 현장실사 (On Site Inspection)가 나왔다. 그런데 우리는  이 실사가 정말 진심으로 기뻤다. 깜깜무소식으로 흘러간 3년이 신청인은 물론 우리 모두에게 너무나 큰 고통이었기 때문이다.

고용주가 교회라서 그런걸까? 실사내용 역시 R-1 종교신분 수속에서나 나올법한 내용과 매우 흡사했다. 실사팀은 이민관과 다르게 전문가들은 아닐테니 혹시 실사목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그런건 아닐까?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실사팀의 입으로도 "목사님이 R-1을 했어야지 왜 일반취업이민을 했는가?" 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질문에서 우리가 추측할 수 있는 두가지가 발견된다. 첫째, 비이민 수속인 R-1과 이민 수속인 취업이민을 비교하고 있는 실사팀의 무지함이었다. 이들은 이민과 비이민 자체의 차이점을 모르는듯 했다. 둘째, 종교계 직종도 일반 취업이민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이 질문을 통해 이들은 주로 R-1 종교신분에 대한 실사를 담당하는 팀이란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취업이민 실사임에도 불구하고 고용주가 교회다 보니 종교계 담당 실사팀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들의 질문이나 요구하는 서류의 내용을 보면 R-1 실사와 대동소이했다.

 

실사팀이 요구한 서류는 다음과 같았다: Financial Statements, Church Brochure, Evidence of Beneficiary's Previous Employment, Other Enployee's Paryroll Statements, Church Schedule... 등등

 

그들 실사의 목적이 R-1이든 취업이민이든 크게 중요하진 않았다. 우리한텐 이민국에서 우리 케이스를 잊어버리지 않았고, 누락시키지 않았고, 늦었지만 진행하고 있다는 안도가 더 기쁘고 환영할만한 일이었다.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준비해서 보냈고, 취업이민 진행동안 기록해두고 스캔해둔 모든 내용에 맞춰 답변을 했다. 교회의 재정책임자, 컨택 책임자께도 케이스 전체 흐름을 함께 공유하고 오답을 하지 않도록 합을 맞추었다. 우리의 케이스는 당연히 거짓없는 진실된 케이스지만 취업이민수속 전체의 흐름을 완벽하게 파악하기란 전문가가 아닌 교회 담당자들에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혹시 실수로 엉뚱한 얘기라도 할까 우려됐다.

 

우리는 그들이 요구하는 서류와 질문 하나하나가 어떤 속뜻이 있는지 파악하는데 주력했다. 그리고 이메일이나 전화로 요청해 오면 그 날을 넘기지 않고 바로바로 준비해서 대처했다. 결국 이러한 성실한 노력이 모아져 최상의 대응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실사를 마친뒤 2개월반만에 이민국에서 연락이 왔다. 추가서류요청 (RFE)이었다. 동반가족 케이스도 모두 추가서류요청이 왔다. 짐작한대로 신체검사서를 새로 보내라는 내용. 우리는 마음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케이스가 결승점에 도달했다는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주신청자 요청서류엔 신체검사와 함께 F-1 신분유지 관련 서류와 EAD (워크퍼밋) 사본도 요청이 됐지만 걱정은 하지 않았다. 이미 처음 I-485를 접수했을때 F-1 관련 서류 (I-20)를 보냈었고, EAD를 요청한건 합법적으로 일을 했는가를 따져보자는 이야기로 파악했다. 취업이민 485 심사에서는, 신청서 접수 전후에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신분상태에서 일을 했는가를 따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취업허가서 (EAD) 기간과 Employment History 기간을 잘 맞춰서 I-485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이민국은 245k까지 거론하며 180일 이상 허락없이 일했다는걸 꼬투리 삼기도 한다. 주의!!)

 

우리는 이 서류들을 제출토록 요구한 이민국의 의도를 이미 훤히 꿰뚫고 있으니 걱정될 일은 없었다. 목사님들이 미국 신학대에서 석사학위 박사학위 프로그램을 하는건 대부분 단순한 신분유지 목적이 아니다. 목사님들한테 신학대는 단순한 어학연수가 아니다. 목사님들은 실제 신학의 깊이를 굳건히 다지고, 신앙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미국에서 신학대를 다닌다. 우리는 F-1 동안의 성적표 (Academic Transcripts), 학사일정 (Syllabus), 논문 (Reports) 등의 서류를 제출했다. 그리고 애초부터 I-485에는 CPT, OPT 동안에 받은 EAD 기간에 맞춰 Employment History를 기재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고, 485 펜딩 동안에도 EAD 기간에 공백이 없도록 갱신신청을 잘 해왔으니 역시 문제될게 없었다. 우리는 I-485 펜딩중 EAD 기간에 맞춰 W-2와 최근 Paycheck Stubs도 함께 제출했다. 추가서류요청에 대한 답은 3일만에 제출했다.

 

그리고는 약 한달이 지난뒤 영주권 승인 통보가 왔다. 케이스를 시작한지 4년 5개월만이고, 485를 접수한지 3년 7개월만이다. 돌이켜 생각해봐도 이 케이스의 수속이 왜 이렇게 진행됐는지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오랫동안 케이스 현황이 업데이트가 안된 이유. 현장실사를 받은 이유.

 

다만, 답답함에 수많은 짐작을 해봤었다. 한국의 경력이 의심스러울땐 경력조회를 하는데 보통 2년 3년도 걸린다. 그런데 이 케이스는 경력은 요구하지 않은 석사학위 이상 2순위 케이스이니 전혀 상관없는 상상에 불과하고. 혹시 신원조회에 무슨 문제가 있는걸까? 학교를 다닌 과정에 문제가 있는걸까? 신학대 다닌 목사님을 가짜 유학생으로 오해한걸까? 아니면, 이민국 내부 문제? 예컨대, 담당자에게 문제가 생겼나? 케이스를 어사인 (Assigned) 받고나서 담당자가 불의의 사고 (?)를 당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하니... 등등. 사람이 하는 일이니 어디에서 문제가 생길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이러한 무수한 추리가 모두 단순한 추측으로 끝났다. 가장 유력한 결론은 무작위 (Random)로 선택돼 실사를 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지금껏 실사를 받은 비이민 케이스, 취업이민 가족이민 케이스들 모두 꽤나 오랜 시간 연락이 없다가 느닷없이 들이닥친 경우가 많다. 실사를 위해 일부러 시간을 끌어온 것? 글쎄...이런 생각도 억지일 수 있다.

한편으론, 그 반대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민국 내부사정으로 오랜기간 케이스 진행을 못해놓고, 다만 명분을 얻기 위해 늦어진 이유가 실사 때문이었다고 포장(?) 하기 위해서?

 

어쨌거나 오랜 시간 참고 견뎌온 신청인이 존경스럽다. 신청인이 고통스러울수록 우리 역시 그만큼 힘겨운 것도 사실이다. 당장 이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민국이 칼자루를 쥐고있다는게 우리를 너무 괴롭게 한다. 우리 모두 화이팅!

 

케이스 일지 (Case Status)

- 2018.05.16: 취업이민 노동청허가 (PERM) 적정인건비 (Prevailing Wage) 신청

- 2018.08.20: 적정인건비 (PW) 결정

- 2018.10.22: PERM ETA 9089 접수

- 2019.02.26: PERM 승인 (Certified)

- 2019.03.25: I-140 페티션 (급행서비스) + I-485 영주권신청서 접수

- 2019.04.03: I-140 승인 (Approved)

- 2019.05.25: 지문조회 (ASC Appointment)

- 2019.09.03: EAD 갱신신청

- 2020.04.29: 주소변경신청 (Change of Address)

- 2020.07.30: EAD 갱신신청

- 2021.05.25 ~ 2022.06.21: 케이스에 대해 확인/요청할 수 있는 모든 채널을 통해 연락: e-Request, Ask Emma, 이민국 민원실 전화통화, USCIS Tier2 통화, Ombudsman; 신청인은 심지어 지역 상원의원실에 도움요청 시도

- 2022.06.22 ~ 2022.06.24: 이민국 현장실사 (On Site Inspection), 실사후 고용주와 신청인에게 이메일로 서류 및 인포메이션 요청, 질의 응답 (3일동안)

- 2022.09.08: 추가서류요청 (RFE): 새로운 신체검사 (Medical Exam), F-1 신분유지 관련 서류, EAD 사본 등 요청

- 2022.09.11: 추가서류요청  (RFE) 답변 제출

- 2022.10.31: I-485 승인

 

 

아마도 이민국은 밥을 안먹어도 배가 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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